임신 잘 되는 생활습관
처음 병원에 갔던 날이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다 괜찮은데요.”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이상하게 허전해졌습니다.
괜찮다는데… 왜 자꾸 안 되는 걸까요?
결혼한 지 1년이 넘었고, 특별히 무리한 것도 없었고, 몸에 특별한 문제도 없다고 했습니다.
근데 그게 더 힘들었습니다.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아무 변화도 없다는 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은 간단했지만, 제 마음은 점점 복잡해졌습니다.
이 글은, 그렇게 시작된 ‘정상이지만 비정상 같았던 시간’을 견뎌내며
제가 경험한 생활의 변화에 대한 기록입니다.
1. 달력에 표시한 빨간 동그라미
달력에 빨간색 펜으로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그날이 배란일이라고, 앱이 알려줬거든요.
“이번 달은… 될까?” 한 달에 한 번씩, 기대 반, 두려움 반.
그 동그라미 안에 정말 많은 감정이 들어 있었습니다.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괜히 조용해졌습니다.
우리 둘 다 말은 없었지만, 긴장 같은 게 공기 중에 흘렀습니다. 그게… 좀 묘했어요.
3개월. 6개월. 그리고 어느덧 아홉 달. 주변 사람들은 그냥 말했습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마음 편히 먹으면 다 돼.”
근데, 그 말이 더 숨 막혔습니다. 편히 먹으려고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내가 뭐가 부족해서 그런가? 정말 그 생각만 하루 종일 돌았습니다.
비가 오던 날이었습니다. 병원에서 나왔는데, 바로 집에 들어가기 싫더라고요.
우산도 안 펴고 그냥 걷고 있었어요. 걸으면서…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아, 오늘이… 배란일이었네.”
근데 눈물이 났습니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그냥요. 어떤 날은 그렇게, 이유도 없이 마음이 무너지더라고요.
2. “잘 자고 잘 먹기”가 뻔한 얘기 같아서 안 믿었는데
처음엔 별 기대를 안 했습니다. 솔직히요, “잠 좀 더 자고 밥 좀 잘 챙겨 먹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그랬거든요. 진짜 그랬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달라졌습니다.
11시 되기 전에 불 끄고, 휴대폰은 침대 근처에 두지 않고, 거실에 놓고 잤습니다.
뭔가, 억지로라도 생활을 바꿔보자는 마음이었죠.
처음 며칠은 진짜 불편했습니다. 잠 안 오고, 뒤척이고, 괜히 더 예민해지고.
근데 5일쯤 지났을까요? 아침이 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설명은 어렵습니다.
근데… 뭔가 몸이 조금 덜 무거웠달까. 그냥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작은 차이였는데, 그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 변화 하나만으로도 “아, 나도 뭔가 하고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음식도요, 솔직히 말하면 억지로 바꿨습니다. 그냥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고
음식은 원래 햄, 튀김, 냉커피 좋아했는데요, 그거 줄이고 찐 고구마, 미역국, 찹쌀밥…
뭔가 엄마가 해주는 밥 같은 것으로 그렇게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뭐 과학적인 근거는 잘 모르겠는데 속이 편하니까 마음도 좀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계속하게 됐고,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렇게 남편은 운동도 시작하게 되었고, 저는 건강한 요리를 하는데 재미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3. 우리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
정말로 몰랐습니다. 남편도 지쳐 있었다는 걸요.
하루는 제가 그랬습니다. “우리 이제 ‘그날’ 말고, 아무 날이나 그냥 안고 잘까?”
남편이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저를 안았습니다. 긴 말은 없었고, 그냥 그렇게 안고 잤습니다.
다음 날, 남편이 말했습니다. “나, 이런 말 하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그날 밤 오랜만에 마음이 편했어.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날 이후로, 저희는 그걸 ‘임신 시도’가 아니라 우리 둘의 생활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먼저는 우리 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행복은 서로를 더 배려하는데서 시작했습니다.
정답은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체온을 매일 쟀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매일, 아침마다 숫자를 기록했다고 하더라고요.
또 어떤 분은…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렸대요.
산속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중에는 한약을 챙겨 먹은 친구들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요
아예 시작부터 병원으로 바로 직행한 지인도 있었습니다.
다들 뭔가 하고 있었고, 각자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았습니다.
맞고 틀리고를 따질 수는 없었습니다.
저마다 모든 상황과 여건이 다르니까요
저희는 정말 많은 것을 시도해 보고 노력했지만
결국에 와서 그렇게 뭔가 대단한 걸 한 건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뭘 바꿨다기보다는,
정말 기본적인 것들을 지켰습니다.
일찍 자려고 했고, 밤에는 핸드폰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늦잠을 자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늦잠을 자면 오히려 축 쳐지는 느낌 알죠?
그리고 끼니를 건강하게 챙겨 먹으려고 했고,
서로를 배려하려고 매우 노력했습니다.
그게 다였습니다.
특별한 것을 기대하셨다면 죄송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앞으로의 글을 기대해 주세요.
많은 것을 시도해 보았고, 결국 돌아온 것이 기본을 지키자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동안 공부한 것들을 앞으로 많이 풀어드릴 예정입니다.
그렇게 여러 시도 끝에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배가…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었어요.
아프다기보단, 좀 다르달까?
딱히 이상하진 않았는데…
그냥 평소랑은 달랐습니다. 이상하게.
그래서 습관처럼 테스트기를 꺼냈습니다.
기대를 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늘 하던 대로요. 뭐랄까, 버릇처럼.
그리고, 아주 흐릿하게, 두 줄이 보였습니다.
진짜로…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선명하지 않았거든요. 처음에 정말 너무 희미했어요.
지금에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힘들었던 시간을 버텨냈기 때문에,
그래서 아기가 결국 나를 찾아온 거라고요.
의학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해결해야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잘하고 있다고
정말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잘하고 계십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노력하고 있는 하루하루가 당신을 아이에게 가까이 데려가고 있습니다.